종교학과에 다니던 시절, 기독교인이 아닌 다른 과 선배가 기독교는 인간에 대해서 지나치게 비관적 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바울은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몽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롬7:24)라고 고백했고, 칼빈은 인간의 전적 타락 (Total Depravity)를 주장했으니 그 과 선배의 말이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간을 죄인으로 바라보고 인식하는 성경의 관점이 다른 한편 우리를 자유하게 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마치 인간들이 자신들이 죄인이 아닌 것처럼 위선을 떨 필요가 없음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일관되게, 하나님에게 비교적 신실했던 신앙의 선배들의 모습 속에도 인간적인 연약함과 부족함과 죄스러움이 있었음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윗은 성경 기자로부터 하나님의 마음의 합한 자라고 가장 후한 평가를 받지만, 성경은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범한 다윗의 그 모든 범죄 행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모든 인간이 죄인이라는 성경의 선언은 지극히 정직하고 현실적인 인식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모두가 죄인이라는 성경의 진단을 받아들이고 사는 것은 인지조화로운 삶이기도 한 것입니다.
물론, 모든 인간이 죄인이지만 그리스도의 보혈로 죄씻음을 받고 성령의 능력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이 죄인이라는 성경의 선언은 자포자기의 삶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크리스천들은 이제 더 이상 위선적인 삶을 살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실제적인 인간 실존의 밑바닥을 처절하게 인식하는 정직하고 현실적인 인식 가운데 인지조화의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또한 그것은 진리가 주는 자유를 누리는 삶일 것입니다. 어찌보면 성경적인 관점에서, 가장 불행한 인간은 예수 없이 자신이 죄인이 아닌 것처럼 포장하며 살아가려는, 인지부조화의 삶을 사는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모든 죄인된 인간들에게 오신 예수는 그래서 복된 소식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 롬 8:1-2 -이상보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