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

필자는 감을 좋아하는데 특히 연시를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고향집 뒤뜰에 두 그루의 나이 많은 감나무가 있어서 유년시절 때에 먹었던 경험 때문입니다.  그때에는 참으로 살기 어려워서 과일 간식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가을에 접어들면서 감이 나무에 달린채 말랑말랑해져 연시가 되면 그것을 따 간식으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연시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과육이 목으로 넘어갈 때의 기쁨은 참으로 컷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분홍빛으로 변한 땡감을 수확하여 쌀뒤주나 소쿠리에 얼마동안 보관하여 연시가 되게 하였습니다.  이것을 부모 몰래 꺼내먹는 즐거움 또한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먹고 살기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감을 딸 때 새들이 먹을 수 있는 먹이를 남겨두었습니다.  감나무 꼭대기 높은 가지 끝에 달려 있는 감들은 따지 않았던 것입니다.  따기가 어렵거나 힘들어서 따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늘을 날고 있는 새들을 위해 양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남겨놓음으로써 먹이가 없는 겨울에 날짐승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남겨놓은 감을 ‘까치밥’이라고 하였습니다.

까치밥은 배고픈 중이라도 날짐승을 배려하여 이들과 최소한의 나눔을 생활화한 우리 조상들의 따뜻한 인정을 보여줍니다.  이 배려의 나눔은 하늘을 나는 새들도 분명히 소중한 생명이라는 생명존중 사상의 발로인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이미 오래 전에 들짐승을 배려하는 나눔의 따뜻한 인정을 생활화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배려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래서 곡식을 거둘 때에 가난한 사람과 이방인을 위하여 밭 모퉁이의 곡식은 거두지 말고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고 포도원의 열매도 다 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레 19:9-10)  또한 땅의 안식년을 두어 가난한 사람들과 들짐승이 먹게 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너희는 여섯 해 동안은 밭에 씨를 뿌려서, 그 소출을 거두어들이고, 일곱째 해에는 땅을 놀리고 묵혀서, 거기서 자라는 것은 무엇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먹게 하고, 그렇게 하고도 남은 것은 들짐승이 먹게 해야 한다. 너희의 포도밭과 올리브 밭도 그렇게 해야 한다.”(출 23:10-11)

새해에는 우리가 이웃과 짐승을 배려하고 그들에게 더욱 따뜻한 인정을 베푸는 생명 존중의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 이명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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