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느 집사님 따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얘기가 오가다가 실리콘 밸리 쪽에서 산다는 말을 듣고, “제가 IT 쪽에 종사하시냐”고 물었더니, 그분이 “아니요 저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software engineering) 쪽에서 일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문과 출신이 볼 때는 IT건 Software engineering이건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 굳이 차별화해서 얘기를 한 걸 보고서 그 이유가 궁금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정확한 구분은 알 수 없습니다만, 대략 느낌은 있습니다. 그 따님의 의도를 추정해 보자면, IT는 그저 수동적인 정보를 다룬다는 의미이고, Software engineering은 알고리즘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어떤 일을 수행하는 의미가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5G 시대는 철학적으로도, 신학적으로도 흥미롭습니다. 철학적으로는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철학이 수천년간 던졌는데, 그간은 많은 경우 원자적으로 접근합니다. 그러니까 존재의 최소 단위가 뭘까 이런 식의 접근입니다. 그런데, 이 접근은 존재를 기본적으로 물질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IOT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소프트웨어가, 알고리즘이 물질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는 존재의 근원이 물질이 아니라 지적 구조물, 지적인 어떤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예수님은 말씀이셨는데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육신을 입고 오신 이유는 인간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본래 말씀이셨습니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이 태초에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했다고 합니다. 저는 사물인터넷을 알고 나서 성경의 얘기를 더 깊이 납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알고리즘(소프트웨어, 지적 정보 구조물)을 통해 물질을 조작하고 통제하는데, 하나님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 못하겠어? 하는 생각입니다. 말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고 오묘하고 보다 더 근원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과 동행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이상보 목사